일요일날 어머니 모시고 반 고흐전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는 거의 30여년 만에 미술관을 찾으신다고 하셨어요. 무지 반성했습니다. 그래도 극장은 종종 모시고 갔었는데, 미술관에 같이 갈 생각은 미처 못 했던 것 같아요.
걱정했던 인파는, 4시 40분에 발권해서 5시 5분쯤 입장했던 정도... 였지요. 줄서서 관람하시다간 한 쪽으로 돌아간 고개 때문에 고생하실지도 몰라요. 키가 조금 크시다면 비교적 쾌적할 자유관람을 권합니다. 어차피 줄서서 보는 것도 아니구요. 6시 50분쯤 나올 때엔 한산했어요.
* 고흐의 붓터치와 색채의 사용을 직접 보고 나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그가 강조한 사물에 비쳐지는 색채의 변화보다는 오히려 수시로 변하는 하늘의 빛, 지고 뜨는 해가 비추는 노란 생명의 빛이었어요.
아니에르의 센느 강변 길 Walk along the Banks of the Seine near Asnières
전시작 중 가장 마음에 들어오던 그림이예요. 미완성작품이라지만 요즘의 제 심경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지요. 강변을 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게 느껴져요.
생 레미 병원의 정원 The Garden of the asylum at Saint-Remy
1889년 고흐가 자진해서 입원한 생 레미 병원의 정원입니다. 꽃들이 만개하는 5월의 정원과 나무들, 그 사이로 비추는 빛, 조용히 놓여진 빈 의자. 육체는 가두어져 있을지 몰라도 정신은 자유로운.
프로방스의 시골길 야경 Country road in Provence by night
'아이리스'와 더불어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 중 가장 유명할 이 그림은 고흐의 특징적인 하늘이 환상적으로 펼쳐집니다. 그림 중앙으로 높이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사이로 해와 달이 나무와 함께 흔들리는 그림을 보며 우리의 마음도 흔들리며 (상상 속의) 프로방스의 시골길로 나아갑니다. (이 그림은 고흐가 상상력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하네요)
피에타 Pieta (after Delacroix)
고전주의의 대표 화가인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모작한 '피에타'에서 고흐는 강렬한 감청색과 짙은 노란색의 대비를 보여줍니다. 고통받는 예수의 몸에도 노란 생명의 빛이 다시 비칠 것을 알기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압셍트가 담긴 잔과 물병 Glass of absinthe and a carafe
아니면 독한 압생트를 마시면서라도 고통을 잊어야 할까요.